[모닝갤러리]
하태임
추상미술 서양화가.
‘색띠’는 문자를 지우는 작업에서 나왔다. 자신이 그렸던 문자에 색을 칠했다가 마르면 그 위에 또 덧칠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니 곡선의 띠 모양이 나왔다. 그는 “그리겠다는 의도가 없을 때 나오는 자연스러운 선이 곡선(호)”이라며 “무심하게 직선을 그리기는 불가능하다. 내 몸의 구조와 궤적대로 그림에 담아낼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2005년부터 그리기 시작한 ‘색띠’는 그의 시그니처가 됐다.
역사상 색채화가들(colorists)의 색공간의 해석은, 한편으로는 색의 음악적 조성과 기하학적 패턴을 중심으로 하는 구성주의 경향과, 다른 한편으로는 색료의 질료성과 주관적 내면의 충동 간의 교호작용에 주목하는 표현주의 경향으로 대별해볼 수 있다. 전자의 예로 올피즘(Orphism)과 레이오니즘(Rayonism)을, 후자의 예로 앵포르멜과 추상표현주의를 들 수 있다.
그는 박사학위 청구전을 통해서 이러한 색공간 해석의 틀을 버리고, 제 3의 방법을 제시한다. ‘반복과 틈새’(repetition and rifts)의 방법이 그것이다.
그의 방법은 바로 이러한 방향을 모색하는 열쇠의 하나를 제시한다. 이 방법은 당연히 새로운 제 3의 방법을 택하되, 이를테면 색공간에다 형상 또는 몰형상을 주입하는 대신, 색료의 착색단위면들을 무수히 교차시켰을 때 색료의 층과 층 사이에서 발생하는 틈새들의 집합을 노리는 것이다. 틈새란 인간이 의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작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부산물로서, 자의와 타의의 중간 쯤에서 발현되는 신비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적으로 우연의 것은 아니며 필연적인 것은 더욱 아니다. 틈새들은 논리적 필연(logical necessity)과 탈논리적 우연(illogical contingency)의 중간 쯤에 존재한다.
틈새의 논리를 사용하는 하태임의 색공간해석은 칠하는 행위와 지우는 행위의 중간에서 작동하는 무수한 미세차원을 증식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 이들의 미세차원은 일괄해서 무의식적 차원에서 작동되고 또 그럼으로써 상징적 의의를 띠게 된다.
색채의 무수한 교차와 중첩은 그리는 자 즉 행위하는 자의 미묘한 심리를 반영한다. 고유한 순색들은 색소에 불과하지만 망막을 통해 뇌까지 전달되는 신경계의 고유한 기억이나 경험을 통해 데이터화된다. 기억들은 무의식적으로, 또는 기억이나 느낌, 인상들이 각자 다르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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